작품소개
학교에 존재하지 않던 사람들, 그러나 학교에 필요한 사람들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성’을 벗어난 교사들의 이야기
교사는 다른 직업에 비해 유독 ‘정상적인’ 존재들로 상상되곤 한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학생들에게 사회의 지배적 규범과 가치를 가르칠 것을 기대받기 때문이다. 그러니 교사들도 사람들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삶의 모습만을 보여 줄 것을 요구받는다. 그러다 보니 ‘교사’라는 단어와 ‘소수자’, ‘다양성’이라는 단어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장애가 없고 이성애자이며 중산층의 정상 가족 출신의 사람들일 것만 같다. 초·중·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우수한 성적을 거둔 모범생들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당연히 교사들 중에도 장애인, 성소수자 등 수많은 소수자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 책에 참여한 교사들은 남들과 다른, 약점으로 비치거나 ‘가르칠 자격 없음’으로 간주될 수 있는 점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다. 이윤승은 학교의 통제를 벗어나기 위해 자퇴하고, 당시의 자신에게 필요했던 교사가 되기 위해 수년간의 도전 끝에 사립 학교로 돌아간다. 김헌용, 조원배는 각각 시각장애, 청각장애를 가지고 학생들을 만나는 교사들이다. 이들은 세간의 불신과 달리 학생들과 ‘충분한’을 넘어 ‘특별한’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한편, 장애 교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변화를 만들고 있다. 선영은 동성 파트너와 비공식적 이혼을 한 경험을 학생들과 간접적으로 나누며 가족 형태의 정상성에 도전한다. 애리는 교사가 되어서야 진단받은 ADHD를 받아들이며 어린 시절 자신에게 필요했던 돌봄을 전하려 한다. 함께 걷는 바람은 졸업생들을 학교 바깥에서 재회하고 커밍아웃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한 교실 안에 있으면서도 각자 고립되어 있는 퀴어들의 존재를 일깨운다. 유랑은 대안학교에서 학생들이 만든 성소수자 동아리의 일원이 되어 모두의 화장실을 만들고 운동장에서 퀴어 문화 축제를 여는 등의 활동을 함께 한다. 진냥은 학교가 얼마나 폭력적인 공간이었는지 잊지 않으며 ‘잘못된’ 교사들의 모습에 저항하려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김은지는 가정과 대학의 바깥에서 경험했던 관계와 배움을 학생들과 나누려 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학교 안에서 차별을 겪고 벽에 부딪혀 온 경험에 대한 고발이자, 자신의 소수자성을 숨기거나 덮어 놓고 교사로 살아갈지를 고민해 온 기록이기도 하다. 이들의 고민은 교사와 학생 사이 전통적인 관계를 벗어난다. 나아가 동시대인으로서 학교와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바꾸어 나갈 것인지 고민한다. 하나의 키워드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이들의 다채로운 삶은 학교라는 공간에 어떤 파문을 만들어 낸다. 다름을 지닌 어떤 학생들에게 힘이 되고, 꼭 남들과 비슷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가 된다. 또, 자연스레 다른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과연 우리 사회가 학교에, 교사에게 요구하는 협소한 규범과 삶의 모습은 당연한 것인가? 특정한 계급과 집단의 가치관을 반영한, 차별적인 것은 아닌가?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 주고 학생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존재가 보다 바람직한 교사상은 아닐까?
저자소개
이화여대병설미디어고등학교 교사,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하루 종일 혼자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인간이지만 친구만 있다면 세상 모든 주제로 하루 종일 떠들기를 좋아한다. 라디오헤드가 싫어하던 ‘Talks in math’의 상황을 즐기는 수학 교사다. 수학으로 시를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이고 싶다. 학교 유일의 자퇴생 출신 장애인 교사라 아주 만족하며 지낸다. 공저로 《한국 교육의 오늘을 읽다》,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광장에는 있고 학교에는 없다》, 《대안의 길을 찾는 교사들》이 있다./국가가 허락하지 않은 결혼과 이혼을 겪은 초등 교사다. 다양성이 개인을 더 자유롭게 하고 세상을 더 풍요롭게 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그 믿음을 교육 현장에서 실천하려 노력 중이다. 페미니즘 때문에 첫 학교에서는 자발적 외톨이가 되어 좀 외로웠다./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모든 것이 쌓여 있는 교실에서 어린이를 가르치고 있다. 쌓여 있는 모든 것 중에 어린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골라 주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이 많은 걸 어떻 게든 다 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초등 교사는 여러모로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레즈비언 교사이자 페미니스트이다. 비인가 대안학교에서 20대를 보내며 가르침과 배움을 넘나들었다. 지금은 학교 밖에서 퀴어 청소년과 어떤 꿍꿍이를 벌이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 ‘존재만으로 투쟁’이 되는 정체성들이 이 세상을 뒤흔들리라 믿는다./‘삶=교육’이라고 믿고 시를 사랑하는 사회 교사로 청각장애가 있다. “친구가 될 수 없는 자는 스승이 될 수 없고 스승이 될 수 없는 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라는 이탁오의 말을 좋아하고, 학생들이 나를 ‘좋은 벗’으로 대해 줄 때 가장 행복하고 보람을 느낀다.nesttopaz@gmail.com/성소수자로 태어난 삶에 늘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초등 교사다. 노래와 인권을 통해 세상에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으며, 위기를 겪는 성소수자 청소년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단체와 함께하고 있다./초등 교사. 2017년부터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을 맡아 다양한 교육 문제를 다루는 글을 써 왔다. 인권, 나이주의, 반폭력을 주제로 가지고 있고 특히 권위주의·통제에서의 탈출과 어린이·청소년을 비롯한 소수자의 섹슈얼리티 문제에 관심이 많다. 언젠가 마녀가 되고 말겠다는 장래 희망을 간직한 채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와 ‘평등한연대’, 인권교육센터 ‘오리알’에서 활동했고 지금은 전교조 여성위원회와 ‘연대하는교사잡것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에서 활동하고 있다. 공저로 《체벌 거부 선언》, 《세월호라는 기표》, 《삐딱할 용기》, 《연애와 사랑에 대한 십대들의 이야기》, 《광장에는 있고 학교에는 없다》, 《그리고 학교는 무사했다》 등이 있다./대학 졸업장 없이 교사가 되었다. 빈한했던 내게 곁을 내어 준 이들처럼 비빌 언덕을 자처하며 산골 마을에서 8년간 교사로 지냈다. 학생들과 함께했던 시간을 통해 경험은 살아 있는 교육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가난의 흔적이 삶의 언어를 제한하지 않도록 정신 줄 바짝 잡으며 살고 있다. 슬픔이 쓰이는 다정한 세상을 꿈꾼다./언어, 음악, 장애를 인생의 주제로 삼고 살아가는 영어 교사다. 서울 강동구라이프를 즐기며 특기는 ‘보지 않고 이해하기’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한영번역으로 석사 학위를 수료했고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중증장애인 번역가 양성 과정에 강사 및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9년에 세계 최초의 장애인 교원으로만 구성된 노동조합인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을 만드는 일에 참여했다. 함께 쓴 책으로 《교사》(꿈결 잡 시리즈), 함께 번역한 책으로 《로스트 보이스 가이》 등이 있다.
목차
추천의 글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한 사람들
프롤로그
학교에 존재하지 않던 사람들, 그러나 학교에 필요한 사람들
너의 삶은 꼭 누군가와 닮지 않아도 된다고 | 이윤승
자퇴한 학생, 교사로 돌아오다
교무실의 이방인 | 김헌용
나를 교사로 키운 것은 시각장애였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으니까 | 선영
각자의 소수성이 우리의 보편성이 되길
나는 서른 살의 ADHD | 애리
그때의 나에게 필요했던 돌봄을 지금 그에게
우리의 존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때 | 유랑(유아름)
레즈비언의 퀴어한 대안교육 도전기
당신이 응원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조원배
목소리는 잘 듣지 못하지만, 마음에 귀 기울입니다
학교가 차별이 아닌 존엄을 가르치는 공간이 될 수 있다면 | 함께 걷는 바람
학생에게, 동료에게, 가족에게 나눈 나의 커밍아웃 이야기
피해자이자 가해자로서 ‘복수’를 도모하다 | 진냥(이희진)
학교도, 교사도 아직 용서하지 못한 교사
경로 이탈의 삶이 배움이 될 수 있을까 | 김은지
대학 밖에서 모색한 자립의 경험을 나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