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부부에게는 집이 필요했다. 글을 쓰는 남편과 아내, 모두 서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셋이었다. 부부에게는 그냥 집이 필요한 게 아니라, 방이 많은 아주 큰 집이 필요했다. 그래서 사람도 집도 하나도 없는 텅 빈 산 중턱에 외딴집을 지었다. 평창동 499-3. 일곱 번의 이사를 거쳐 마침내 원하는 크기의 집을 짓는 데 성공한 것은, 1974년의 일이었다. 문학평론가이자 국문학자,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은 세상에 나서 가장 기뻤던 해로 1974년을 기억한다. 남편에게 원하는 서재를 만들어준 해였다. 이어령은 좋은 것을 다 주고 싶은 남편이었다.
『글로 지은 집』은 빈손으로 시작해 원하는 서재를 갖춘 집을 갖기까지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주택 연대기다. 신혼 단칸방부터 이어령 선생이 잠든 지금의 평창동 집에 이르기까지, 더 나은 집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투쟁의 역정이 담겼다. 1958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떠나고 머문 공간,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함께 존재했던 부부의 삶이 강인숙 관장의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책은 한 여자가 새로운 가족과 만나 동화되는 과정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어령 선생이 그야말로 ‘글로 지은’ 집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어령 선생과의 결혼식 날 풍경, 집을 찾은 여러 문인과의 추억, 동네 한복판에서 두 눈으로 목도한 4.19와 5.16 역사의 현장, 이어령 선생의 집필 비화 등이 책 곳곳에 소개되어 있다.
저자소개
문학평론가, 국문학자. 1933년 10월 15일(음력 윤 5월 16일) 사업가의 1남 5녀 중 3녀로 함경북도 갑산에서 태어나 이원군에서 살다가 1945년 11월에 월남했다. 경기여자 중·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 문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숙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평론가로 데뷔했으며, 1958년 대학 동기 동창인 이어령과 결혼하여 2남 1녀를 두었다. 건국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며 평론가로 활동하다가 퇴임 후 영인문학관을 설립했다.
목차
머리말
1) 집1. 성북동 골짜기의 단칸방(1958년 9월~12월)
사회 초년병
야간학교의 매력
도배지 한 장만 붙인 신방
혼례식
신혼여행 생략하기
꽃분홍 치마
자장면 파티
예고 없이 오신 손님
2) 집2. 삼선교의 북향 방(1959년 1월~3월)
방 두 개만 있는 일각대문집
어항이 얼어붙은 방
현대평론가협회
키 큰 손님
3) 대가족 이야기
유산과 가독권家督?
아버님의 공작새
그 집안의 어른들
그 집안의 효도 풍경
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