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신은 인간을 다스린다지만/시는 신을 비롯한 세계 인류를 구원한다."라는 시인의 말에는 치기에 가까운 열정과 시적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숭고함이 공존한다. 이 말은 시에 대한 의지가 폭발적인 욕구 그 자체라는 점에서 무모하고, 이성이나 합리성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높고 고상한 믿음이기에 단 한 번의 삶만큼이나 절박하고 아름답다. 시가 신을 구원한다는 데는 외부 세계와의 교감, 즉 삼라만상의 우주로부터 흘러드는 온갖 리듬과 현실적 사물들이 암시하는 불가해의 세계가 시와 상응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발레리의 말처럼 "나를 써서 중얼거리는 어떤 노래"가 이지현 시인에게는 시이고 시적 영감의 발현이다. - 신상조(문학평론가)
저자소개
경북 의성군 봉양면 출생
1997년 계간 창조문학 신인상 수상
비존재 동인, 민족작가회의 회원
시집 『가끔 그대 잊는 날 있다 해도』(2000, 책만드는 집)
『사는 것이 지루한 날』(2003, 제3의 문학)
『서설』( 2006, 고두미)
『다시 들려주는 빙하이야기』(2013, 시와반시)
목차
제1부 안 봐도 될 만큼 본 듯한
우리
밀물에 태워
안 봐도 될 만큼 본 듯한
무인도
그다지
잔치 가는 날의 구가
꺼지고 말았다
어느덧 온 거 같다
눈물이 눈물에 대는 한 번의 슬픔
혹여
들깨 밭 임자의 중얼거림
소견
뛰는 눈길
어이없는
이울다
뜬금없이 그는
선분 A와B
하지의 끈
제2부 비명과 함께 즉사했던 내 발자국
차나무와 나
그래서인지
희슥한 물체
나무랄 데 없이
이만하면
깨어나 생각났던 37쪽
비명과 함께 즉사했던 발자국
준후에게 들은 말
이것조차도
구월의 밀어
한번 해 보자던
그때의 봉숭아인 듯
중독도 아니면서
꽃 자랑 들어줄 사람
보내지 않았습니다
이 얼마나 뜨거운 일인가
시가 있어 좋다고 좋아하는
제3부 진료실에서 북두칠성이 오다
시
처음 맞이하는
진통제
나와 맞먹는
하산길
함의를 보다
방관자에 대하여
진료실에서 북두칠성이 오다
숨은 꽃말
그대의 그대가
다음이 생긴 거다
모든 관계는
서러웠다
빠른 시간을 산 듯
캘리에서는 ㄹ이 꽃이라는데
그날의 자극
유배지에서 유배되다
제4부 더이다
금방이야
꾸준히 웃는다
소문
뒤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두꺼운 고전들이
쓰나미
어머니 시
잊는다는 거
태양의 여자
사라지다
낮잠
위로
쓸쓸한 만큼
더이다
한때였다
나의 성지순례이야기
이지현 시인에게 │ 고병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