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이토록 인간적인, 이토록 역사적인, 이토록 필연적인
시인 이동순이 걸어온 전 생애에 걸친 문학적 여로
시인이자 문학 연구자, 가요 연구가 이동순의 신작 산문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작가는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당선된 이래 스무 권이 넘는 시집을 출간하며 한국 시단에 선명한 족적을 남겨온 것은 물론, 분단 이후 최초로 백석의 시전집을 발간함으로써 시인을 민족문학사에 복원시키며 백석 연구의 길을 열었다. 그뿐 아니라 근대 가요에도 관심을 할애하며 잊힌 가수와 노래들을 발굴하고 이를 어엿한 문화사로 자리매김하는 데에도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시쓰기를 비롯하여 백석, 홍범도, 고려인 강제 이주사, 향토 문화사, 근대 가요사에 이르기까지.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방위적 집필을 펼쳐온 그의 이력이 다채롭게 느껴지는 한편, 이 다종다양한 업적이 한데 수렴하는 지점을 따라가본다면, 그곳엔 필시 그리움이라는 감정과 복원이라는 사명이 포개어져 있을 것이다.
『나직이 불러보는 이름들』은 이 그리움을 씨실로 복원을 날실로 삼아 직조해낸, 이동순의 전 생애에 걸친 문학적 발자취를 집대성한 산문집이다. 회고록이자 자서전으로 불리기에도 손색없는 이번 저서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린 시절을 더듬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망팔을 바라보는 오늘날까지의 생을 촘촘히 묶어냈다. 장강대하와 같은 긴 세월이 담겨 있지만 짧고 간결한 단장 형식으로 쓰였기에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이 한 권의 사진 앨범으로 화한 소회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이번 산문집은 한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과 일화들을 써내려간 듯 보이지만, 조금만 떨어져 보노라면 한 시인이 탄생하고 우뚝 서기 위해 거의 필연적으로 추동되고 있는 개인사와 역사의 결속이 함께 읽힌다는 데서 또다른 의미와 여흥이 발생한다. 그를 시인이자 연구자로 만든 시대와 사람, 그리고 그가 시인이자 연구자가 되어 만들어낸 인물과 삶. 『나직이 불러보는 이름들』은 작가 이동순이 문학으로 만난 지난 반세기의 인연들을 총망라한 글이자, 지난 세월 만나온 사물, 작품, 지명, 노래 등의 고유명사들을 하나씩 재생(再生)하는 애틋한 복원 작업에 다름 아니다.
그들은 모두 내 가까이에 있었다. 그 이름들은 생각할수록 그립고 애잔하다. 그런데 왜 먼 곳으로 떠나갔는가. 왜 좀더 머물러서 정을 나누지 않고 서둘러 떠나갔나. 가만히 생각해보노라면 그들이 떠났기에 그리움이 내 가슴속에 이슬처럼 고였다. (...) 그들의 육신은 이승에 있지 않지만 종이와 기억에 끼쳐놓은 흔적들은 여전히 남아서 설렘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아주 이승을 떠난 것이 아니다. 그럴 뿐만 아니라 그들은 여전히 나에게 이런저런 말이나 메시지를 보내주고 있다. _「쾌활당에서 그리운 이름들을 불러보며」에서
저자소개
저 : 이동순
시인. 문학평론가. 경북대학교 인문대 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에서 한국현대문학사를 공부하여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1973), 문학평론(1989)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개밥풀』 『물의 노래』 『지금 그리운 사람은』 『꿈에 오신 그대』 『가시연꽃』 『마음의 사막』 『미스 사이공』 『묵호』 『멍게 먹는 법』 『마을 올레』 『독도의 푸른 밤』 『신종족』 『고요의 이유』 등 21권을 발간했다. 시선집으로는 『맨드라미의 하늘』 『그대가 별이라면』 『쇠기러기의 깃털』 『숲의 정신』 『생각만 해도 신나는 꿈』 등이 있다. 2003년 민족서사시 『홍범도』(전 5부작 10권)를 완간했다. 평론집 『민족시의 정신사』 『시정신을 찾아서』 『우리 시의 얼굴 찾기』 『잃어버린 문학사의 복원과 현장』 『달고 맛있는 비평』 등을 발간했다. 산문집으로는 『시가 있는 미국기행』 『실크로드에서의 600시간』 『번지 없는 주막: 한국가요사의 잃어버린 번지를 찾아서』 『마음의 자유천지: 가수 방운아와 한국가요사』 『노래 따라 동해기행』 『노래 따라 영남을 걷다』 『한국근대가수열전』 『나에게 보내는 박수』 등이 있다.
1987년 매몰시인 백석의 시작품을 수집 정리하여 분단 이후 최초로 백석 시인의 시전집으로 시인을 민족문학사에 복원시키고 백석 연구의 길을 열었다. 편저 『백석시전집』 『권환시전집』 『조명암시전집』 『이찬시전집』 『조벽암시전집』 『박세영시전집』 등을 포함하여 각종 저서 도합 78권을 발간했다.
신동엽문학상, 김삿갓문학상, 시와시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다.
목차
|책머리에|
내 가슴속 판도라 상자
1부
독립투사 이명균 조부와 할머니/ 조부의 희귀한 유품 하나/ 소년기의 아버지/ 아버지의 축귀문/ 잃어버린 어머니 사진/ 일본 고쿠라역을 지나며/ 아버지의 청탁 편지/ 아버지의 꽃씨 봉투/ 부모님 묘소 합장/ 시 「새벽 연필」과 한포 숙부/ 시 「민들레꽃」과 봉계 숙모/ 큰누나 혼례식/ 작은누나 혼례식/ 형의 결혼식/ 형의 졸업 사진과 사인첩/ 처음 가본 외가 마을/ 대구 자갈마당 이야기/ 미국산 밀가루 부대로 만든 팬티/ 마당 우물에 대한 추억/ 새벽에 일어나 이를 잡다/ 철도에 뛰어드는 사람들/ 진달래만 보면 생각나는 것/ 태풍 사라호와 새 운동화/ 마구간 있던 자리/ 친구네 집에서 만난 장 전축/ 내 속의 아버지/ 다시 가본 옛집/ 오래된 사진 한 장
2부
고향 가는 길/ 고향 마을에서 들었던 방성/ 동족 마을의 분계선/ 내가 만든 이름 길소개/ 성모당에서 바라보는 대건중학교/ 친구 어머니의 전축/ 송충이 잡으러 가던 날/ 눈 할마시 이야기/ 노래 속에서 찾아낸 어머니 목소리/ 깊은 밤의 노래 공연/ 농장 장학생 시절의 추억/ 친구 엉덩이의 늑대 이빨 자국/ 개교기념일의 돼지국밥/ 신라문화제 전국고교백일장에 참가하다/ 내연산 향로봉 정상에 오르다/ 고란초에 대한 상념/ 가람동우회 시절/ 군화, 즉 똥구두에 대한 추억/ 고등학교 졸업반 시절/ 재수생 시절의 애환/ 당숙이 보내준 격려
3부
대학 국문과 시절의 추억들/ 대학 시절의 시 동인지 『선실』/ 독후감 공모에 당선되다/ 대학에서의 연극 활동/ 가정교사/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야기/ 1973 동인에서 반시 동인으로/ 반시 동인 시절의 추억/ 나의 수제작 시집/ 1970년대 대구의 술집 이야기/ 나의 첫 교단 경험/ 중학교 제자들과의 음주/ 군 입대 전후/ 흑산도의 밤/ 제자들의 위문편지/ 늦깎이로 입대해서 겪은 일/ 훈련병 때의 일화/ 탄약사령부
4부
약관에 교수가 되다/ 안동이라는 곳/ 정호경 신부의 추억/ 안동에서 있었던 일들/ 안동독서회 결성 시절/ 안동을 찾아온 시인들/ 안동 금소동 배분령 할머니/ 삼청교육대에서 죽은 청년/ 1980년대의 충북대학교/ 전설이 된 김지하 시인과의 노래 시합/ 작가 K의 혼례식 청첩장/ 『백석시전집』 발간 이야기/ 백석 시인과 통영/ 백석 시인을 다룬 소설/ 자야 여사의 『내 사랑 백석』 이야기/ 자야 여사의 편지/ 스스로를 노소녀라 부른 자야/ 『내 사랑 백석』 발간 전후/ 추억을 위한 변명/ 아름다운 인연, 아름다운 족적/ 길상사가 시작된 내력/ 길상사, 사찰로 바뀐 요정/ 길상사와 백석 시인은 무관하다/ 옛가요사랑모임 유정천리/ 모스크바에서 열린 특별한 세미나/ 한 고려인 작가에 관한 우울한 상념/ 제자들을 위한 기도
|나가며|
쾌활당에서 그리운 이름들을 불러보며